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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재무제표 분석 및 투자 방법론

가치 평가 - 경영진

by timestore 2024. 3. 12.

경영진의 중요성

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에 기대하는 것은 높은 초과수익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주를 위해 가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모습을 바란다. 기업 내에서 이러한 일을 해내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바로 경영진이다. 필립 피셔는 "주식을 평가할 때 중요 기준 중 90%는 경영진의 능력, 9%는 업종, 1%는 기타 요소들이다"라고 했다. 그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라는 저서에서 좋은 주식을 고르는 15가지 조건을 말하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이 경영진에 대한 내용이다. 경영진의 역할에 따라 주당 순이익이 크게 오르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영진은 일반 직원에 비해 숙련된 전문성을 인정받고 더 많은 보상과 책임을 지기로 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포지셔닝을 결정한다. 기업 가치를 주주들과 어떻게 공유할지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고 소통한다. 따라서 이들의 역량과 철학에 따라 기업 가치는 파괴될 수도, 창출될 수도 있다. 

 

일감 몰아주기

어떤 대주주나 경영진은 일가친척이나 지인의 명의로 회사를 설립하고 본인이 속한 기업과 거래한다. 주로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구매조달, 건설 시공, 청소, 구내식당 자재 납품이 될 수도 있고,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몰아주는 경우도 있다. 중간 유통업자를 만들어서 수수료 수익을 취하게 해 줄 수도 있다. 개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더 좋은 품질,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거래처를 배제하여 기업 가치를 저해하는 것이다.

 

지배구조 남용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례다. 대주주가 70%의 지분을 소유한 지주회사가 있다고 하자. 지주회사의 자회사 A가 있는데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주주의 자회사 A에 대한 지분은 35%가 된다. 이때 A사의 신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대주주는 해당 사업이 자회사가 아닌 지주회사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 35%의 지분 가치가 커지는 것보다 70%의 지분 가치가 커지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이제 적절한 명분을 붙여서 A사의 신사업을 헐값에 지주회사로 매각한다. A사가 상장사라면 A사의 주주는 가치를 훼손당한 것이다.

 

또 A사와 B사가 같은 그룹사이고 외부에 C사가 있다고 하자. 그룹 차원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C사를 인수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연관 사업을 영위하는 A사는 돈이 없고 B사는 돈이 있다. 그러면 B사는 비연관 사업을 그룹사의 이익을 위해 C사를 인수하게 된다. B사의 주주들은 날벼락이다.

 

아니면 A사와 B사를 합병할 수도 있다. A사에 돈이 없으므로 합병가액은 A에게 유리하게 한다. 이를 위해 B사의 이익을 감소시킨다. 수주를 하지 않거나, 악성재고, 부실채권을 일시에 손실 반영하거나, 신제품 개발을 중지하거나 방법은 여러 가지다. 

 

문어발 확장

경영진 중에는 규모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 매출액과 이익의 규모가 본인의 역량이자 성과라고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관 사업이든 비연관 사업이든 확장 정책을 저돌적으로 추진한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집행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식회사의 자기자본은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당장의 성과도 좋지만 그 성과가 주주에게 돌아가야 하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그만한 돈을 썼으면 그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경영진의 깊이

기업 외부에 있는 투자자로서 경영진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결국 기업을 꾸준히 관찰하며 어떤 의사결정을 했고, 반복되는 패턴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을 거쳐 믿을만한 기업/경영진인지 아닌지를 쌓아가야 한다.

 

기업은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만약 시스템이 강력하게 작동하여 경영진이라 하더라도 절차와 원칙을 무시할 수 없는 기업이라면 조직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강력한 시스템 자체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이 달라진다.

 

만약 한두 명의 경영진이 아니라 다수의 경영진이 참여하여 시스템이 기여한다면 해당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의사결정의 주체가 한 두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분산되어 있는 체제라면 상호 견제와 균형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경영진의 깊이가 두텁다고 한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아주 많은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후 팀 쿡 체제에서는 여러 의사결정자가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키노트 발표 장면을 보더라도 스티브 잡스 혼자 나오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챕터마다 다른 경영진이 나온다. 그리고 팀 쿡 체제에서 애플은 막대한 현금흐름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주 뛰어난 개인이 주도하는 기업이라면, 그 개인이 사라졌을 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 개인이 부도덕하다면 매우 큰 리스크가 된다. 경영진의 깊이가 두터울 때 투자자는 더 안심하고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