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의 중요 데이터 - 재무상태표 (1)

기업의 재무제표에는 중요한 데이터가 따로 있다. 물론 기업마다 중요한 계정은 각각 다르다. 그러나 돈을 모으고, 투자하고, 이익을 내는 맥락에서 눈여겨봐야 할 항목이 있다. 

 

자본 계정

먼저 재무상태표에서는 중요하게 볼 계정 중의 하나는 이익잉여금이다. 이익잉여금은 해당 기간까지 누적된 기업의 경영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익잉여금이 (+)라면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고, (-)라면 손실이 지속해서 발생한 것이다. 물론 특정 연도에 큰 금액의 이익이나 손실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과거 이익잉여금 추이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추가로 자본잉여금의 비중을 이익잉여금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이익잉여금보다 자본잉여금의 비중이 더 높다면 기업이 단기간에는 돈을 버는 척하지만 결국 돈을 깨 먹으면서, 그때마다 시장에 돈을 달라고 해서 자본잉여금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기업이 IR이나 언론을 통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자금을 끌어모으려 하거나, 주가가 급등한 상태라면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해서 이익잉여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미국의 애플의 경우 이익잉여금을 거의 전부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자본에서 이익잉여금의 비중이 작다.

 

부채 계정

부채 항목의 경우 부채비율을 많이 참고하게 된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부채의 비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 자체로 좋다 나쁘다 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 지나치게 자기자본비율이 높으면 자본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안정적이고 현금흐름 또한 원활하다면 저비용으로 타인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자기자본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즉, 낮은 부채비율은 아직 한도가 남아 있는 마이너스 통장이라 할 수 있다. 부채비율이 낮고 사업을 잘 영위하는 기업은 언제든 부채를 일으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의 최적 비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이다.

 

자산 계정

자산 항목의 구성 항목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형자산이 많다면 설비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 제조업일 가능성이 높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비중이 높으면서 계절성을 나타내고 재고자산평가충당금이 주기적으로 쌓인다면 재무자산평가손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의류업일 가능성이 크다. 미청구공사나 초과청구공사는 건설업이나 조선업의 특성이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이 함께 많다면 테크 기업, 무형자산만 많다면 바이오 기업일 가능성이 있다.

 

무형자산의 경우 연구개발비를 당기비용 처리하거나 자본화하여 무형자산으로 잡는 2가지 선택지가 있다. 당기비용 처리하는 것은 회계상의 이익을 잘 나오게 하는 것보다 향후 제품이 잘 되면 평가받겠다는 기업의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반면 자본화하는 경우 회계상의 이익이 잘 나오게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아마 경영진의 성과 측정 지표에 이익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나, 기업의 여건상 회계상 이익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 

 

각 계정을 과거의 실적과 비교하면 영업 상황도 파악할 수 있다. 유형자산이 갑자기 늘어났다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경영진이 어떤 기회를 포착하고 베팅했다는 뜻이다. 성공하면 몇 년 후 큰돈을 벌 것이고, 실패하면 후유증이 심할 것이다. 재고자산이나 매출채권이 늘어났다면 긍정적으로는 사업이 활황이거나, 부정적으로는 반품이 늘거나 현금 결제하던 거래처가 외상 거래로 돌아섰다는 뜻일 수도 있다. 다만 매출액이 증가한 비율과 재고자산, 매출채권이 증가한 비율이 비례한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매입채무의 경우 교섭력을 드러낸다. 매출액이 늘어난 것에 비해 매입채무가 더 많이 늘어났다면 거래처의 신뢰를 얻어 대금 결제 조건이 완화된 것일 수 있다. 물론 현금이 없어서 추가로 대가를 지불하며 외상으로 사 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현금 관점에서 기업은 줄 돈은 가급적 늦게 주고, 받을 돈은 빨리 받는 것이 이득이다.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의 증감을 통해 기업의 시장에서의 지위나 위상 등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