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분석 방법론 - 5가지 경쟁 요소

기업이 어떤 사업을 영위할 때는 그와 관련된 일을 하는 다른 회사들이 있다. 원재료를 공급하는 회사일 수도 있고, 기업의 제품을 사 가는 회사일 수도 있다. 또는 동일한 영역에서 경쟁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런 그룹을 묶어서 산업이라고 한다. 각 산업은 고유의 특징을 지닌다. 산업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회사들이 어떻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투자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산업을 분석하는 방법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답은 없으나 중요한 것은 회사에 현재 어떤 상황이고, 어떤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고 있으며,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은 믿을 수 있는지(말을 바꾸거나 과장하지는 않는지)다. 가장 유명한 포터의 5가지 경쟁 요소 모델(Porter's 5 Forces)을 토대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포터의 5가지 경쟁 요소

포터는 기업의 이익률을 좌우하는 5가지의 힘을 제시했다. 이 5가지 힘은 특정 기업이 소속된 산업에서 투입한 자본 대비 초과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고 했다. 5가지 요소는 '구매자, 공급자, 대체재, 신규 진입, 산업 내 경쟁'이다.

 

구매자와 공급자

구매자와 공급자는 필요에 따라 서로 제품/서비스를 사고파는 사이다. 둘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교섭력(Bargaining power)이 작용한다. 구매자가 교섭력이 강하면 공급자는 구매자의 요구에 대응하느라 원가가 인상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의 관계를 떠올리면 된다. 완성차 업체에서 단가 조정을 요구하면 부품 업체는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부품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급자가 교섭력이 강하면 구매자에게 같은 품질의 제품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ASML과 같은 회사는 아주 강한 교섭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체재

대체재는 같은 산업군이 아닌 다른 산업군에 속하나 고객의 입장에서는 비교하게 되는 제품/서비스인 경우가 있고, 동일 산업군에서 하위 산업들끼리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두고 다투는 나이키와 닌텐도가 있고, 후자의 경우 브라운관 TV가 LCD TV로 대체된 사례가 있다.

대체재와의 경쟁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다른 업종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들고 나오면 기존 산업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과거 집집마다 있던 유선전화는 이제 휴대폰에 밀려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대체재의 위험이 낮은 산업군이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신규 진입

어떤 산업의 수익성이 좋으면 누구나 해당 산업을 하고 싶어 한다. 이때 기존의 회사들은 신규 업체와 차별되는 강점이 있어야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 흔히 진입 장벽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한 설비, 오랜 기간 쌓아온 고객 대응의 노하우, 핵심 기술 인력 등이 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높을수록 초과 수익을 내기 쉽다. 기술의 개발 등 어떤 사유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면 수익성은 점차 줄어들고 기존 회사들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산업 내 경쟁

산업 내 회사가 여럿 있을 경우 대체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제약이나 건설처럼 시장이 잘게 쪼개져 있는 경우 각자의 영역에서 적당한 수익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가기도 한다. 

 

포터 모델의 한계

그러나 포터 모델을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먼저 5가지의 힘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체재의 위협이 커지면 고객 입장에서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므로 구매자의 교섭력이 강해진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 산업 내 경쟁이 강해지고 마찬가지로 구매자의 교섭력이 늘어난다. 한편 경쟁의 결과로 혁신이 일어나 원가 절감이나 품질 개선이 이뤄진다면 대체재의 위협이 줄어들게 된다. 

 

또 시클리컬 산업처럼 산업의 경쟁 강도와 무관하게 전체 산업에 해당하는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서 모든 회사가 동일한 방향으로 이익이 늘거나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면세점처럼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크게 바뀌는 경우도 있다. 물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정교한 모델은 없다. 다만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하나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